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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21 13:09:24
Name 스테비아
Subject [기타] [기타] 스테비아의 군대이야기 - 당직 & 귀신 편
안녕하세요. 비가 오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끄적여 봅니다.
군대에서 카더라 통신으로 들은 귀신 이야기야 많지만, 제가 겪은 이야기만 쓰렵니다 흐흐

저는 귀신이라고는 본 적도 없고, 가위 한 번 눌려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가위눌리던 사람도 저랑 있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답니다;;
그래서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고... 기묘한 이야기랄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1.

자대 전입 후 한 달, 당직사관으로 투입됐습니다.
다른 업무들을 줄줄이 배우고, 또 2시간 간격으로 각 중대 당직사관이 순찰하는 순찰 코스를 확인했습니다.
대대 전체와 영외탄약고까지 빈틈없이 순찰코스가 짜여져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구 취사장 쪽만 순찰이 없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새 건물이 지어지고 입주를 시작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물대가 없어서 막사는 못 쓰고 취사장만 옮겨 쓰고 있었죠.
(그리고 BOQ가 시끄러운 날에는 관물대도 없는 황량한 4층 건물인 신막사에서 혼자 아무 데나 들어가 이불 깔고 잤습니다. 덜덜...)
그래서 구 취사장 주위에는 사람이 접근할 일도 없어서 창고로 쓰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냥 쓸모가 없으니까 순찰을 안 하나보다'하고 말았죠.

그리고 첫 당직. 본부중대까지 소위 5명이 첫 당직을 서는 (생각해보면 무지 위험한?) 날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작전과장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으악!!호러!!
총기보관함부터 상황판까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나가셨습니다. 휴...좋은분이셨구나.

"따르릉!"
"통신보안! X중대 당직사관 스테비아입니다!"

옆 중대 친구였습니다. (걸어서 50미터거린데 왜??)
작전과장님이 들어와서 조는 거 걸리고 브리핑 못한다고 깨고 나가셨답니다.
'에이 얼마나 못했으면 그래....'

다음날. 아침 회의를 갔다 왔던 중대장님이 싱글벙글하며 돌아오셨습니다.
"작전과장님이 우리 중대 빼고 다 엉망으로 근무했다고 대대장님께 보고하시더라 흐흐"
알고 보니 저희 중대 말고 다 탈탈탈 털렸다고 합니다.
덕분에 근무 한 번 잘 섰다고 참 여러 모로 편한 군생활을 했습니다 크크



#2. 본편

그렇게 편한 생활을 하던 어느날.. 당직근무도 이제 만만해졌고, 새 막사로 이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끔씩 순찰을 돌면서 조는 스킬이 생겨버렸습니다.(...)

당직사관 + 다른 중대 당직부사관이 짝을 이뤄 순찰을 나가는데요.
그 날도 어느 친구와 함께 순찰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엉? 여긴 어디야?"

구 취사장 앞이었습니다.

"에고 내가 졸다가 잘못왔나보다."
"소대장님 이쪽도 순찰도시나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래? 나도 이쪽은 온 적이 없는데..."
"예전에는 여기도 순찰했다고 합니다."
"그래? 여기 초소같은것도 있네. 옆에 도랑 감시하는거였나봐."


그리고 다음 근무날. 그 중대 다른 친구와 순찰을 돌게 되었습니다.

"내가 저번에 00이랑 같이 순찰돌다가 구 취사장쪽으로 갔어 크크크"
"크크크크크"
"나 졸다가 그리 갈지도 모르니까 잘 깨워줘~"
"네 알겠습니다 크크크"

아무튼 한참 만담을 하며 인생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분명히 깨 있었는데...
웃다가 눈 앞을 보니 또 구 취사장입니다.

"잉?? 또 여기야. 내가 언제 이리 왔지?"
"여기가 제일 오진 곳인데, 뭐가 있나봅니다..."
"니네 중대에서 나랑 이제 순찰 안 간다고 하겠다 크크"

아무튼 무사히 순찰을 마치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저는 또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신차려서 순찰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ㅠㅠ



다시 한 달 뒤, 다른 중대 친구랑 순찰을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정신을 잘 차려서, 앞에 말씀드린 초소 같은 건물 앞에서 U턴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외탄약고 순찰을 하러 나갔습니다.
그날따라 영외탄약고 전등 하나가 고장나서 출입로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외탄약고 근무자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엄한 건물을 만났습니다.


멸공관.

영외탄약고 구석에 있는 폐건물.

예전에 공산주의자들을 가둬 두고 고문했다던, 지금도 내벽에는 그 사람들의 낙서로 도배된 건물..ㅠㅠ

"왜 이리 왔지?ㅠㅠ"
"소대장님 무섭습니다 엉엉"
"괜찮아. 잘 돌아가지 뭐."

아무튼 이상한 코스로 몇 번 다니기는 했지만, 귀신을 본다거나 특별한 일은 없이 지나갔습니다.

동기들한테 알렸습니다.
"나 순찰돌다가 구 취사장 짬통있는데까지 갔다 왔어."
"어길 왜 가. 넌 순찰돌면서 조냐? 크크크"
"몰라 크크 아무튼 너네는 정신차려서 잘 순찰해. 거기 가면 애들 무서워해."






#3.

어느날 밤. BOQ에서 치킨을 먹는 모임(이 동네는 또래오래 닭이 엄청 커요!!).
동기들과 1년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당직근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선배님, 제가 저번에 정신줄 놓고 가다가 멸공관 앞에서 어쩌구저쩌구...."
"거기 귀신 나온다더라, 조심해 크크. 근데 그거 알아? 원래 구 취사장 앞에도 교대근무했었어."


"....그럼 그 앞에 초소처럼 보이는 게 근무하던 곳입니까?"
"응. 근데 거기 근무하던 애들이 자꾸 엉뚱한 데로 가서 거기 없앴어."
"엉뚱한 데라면...."
"애들이 자꾸 초소가 앞에 보이는데도 구 취사장 저 구석 짬통있는데까지 가는거야. 갔다가 정신차려서 돌아오고."




갑자기 오싹해진 숙소.


하지만 곧 치킨과 함께 다른 귀신 이야기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저에게만 미스테리로 남았습니다.




#4.

그 뒤로 저는 당직사령 근무로 바뀐 덕분에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령근무를 하게 된 다음에는 저 혼자 돌아다녔습니다.
이제는 피해를 입어도 혼자 입는다는 생각에 더 맘껏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병소를 나와서 영외탄약고로 가는 길목에, 길 옆 수풀에서 아주 작게 무전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치지직...치지직... 중얼중얼...'

정확히 생각은 안 나는데, 당시는 북한의 도발인지 뭔지로 전군에 특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은 강원도 최전방...

'북한군 아냐??'

당직사관 때는 탄알집을 받아나왔는데, 사령 근무로 바뀐 뒤로는 총도 안 가지고 나왔습니다.
빨간 줄 네 개 찬 사람이 기웃대면 바로 죽이려나? 그래도 나는 피래미니까 안 건들라나?
위병소 앞까지 왔으면 좀 있으면 돌격하는 거 아냐? 그럼 알리러 가야 하는데??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접근했습니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자고 있네요... 대강 보니 아군입니다;;
일단 부대로 돌아가서 연대에 보고했습니다. 연대에서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근무를 마치며 대대장님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후방 모 사단 모 부대에서 우리 부대 앞으로 오는 거랍니다.
분위기는 대대는커녕 연대 전체가 모르는 분위기...끙
심지어 이 사람들, 거기 3일 동안 있었답니다. 근데 아침저녁 근무교대길에도 순찰간에도 아무도 발견을 못 함.

이런 기특한!! 이런 걸 내가 발견했어? 나 칭찬 좀 듣나? 크크 했는데
운영 메시지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ㅠㅠ




#5. 결말 : 내가 귀신이다!

그 뒤로 제가 부대의 귀신을 담당했습니다(...)
지휘통제실에 할 일이 없으면 툭하면 순찰을 나가는통에..
위병소 밖에 나가서 멸공관이고 뭐고 다 돌아다니면서 누가 눈밭에 흘린 야삽도 주워오고 하여간 혼자 제대로 순찰을 돌았습니다.
중대 당직사관들은 2시간에 한 번은 중대를 순회하는 당직사령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뻔 했지만?
자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그냥 돌아다니기만 하는 걸 파악한 뒤로는 제 근무를 반기기 시작했습니다 -_-;;

물론 제 할일도 안 하면서 자면 문제가 있지만, 그 외에는 수면 허락. 문제에 대처만 잘 할것. 이게 제 신조였거든요.
지휘통제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당직병과 당직부관도 마찬가지. 저만 깨 있으면 된다고 자라 그랬습니다.
연대에서 찾아오는 전화는 귀신같이 제가 찾아 받다 보니, 지통실이고 행정반이고 제 근무를 반기기 시작했습니다 -_-;;(2)




영외탄약고.

"0상뱀, 저기 누가 옵니다."
"혼자?? 이 밤에?? 불도 안 켜고?"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000!"
"xxx, 당직사령이야~"

"...안 무서우십니까?"
"나랑 같이 다니면 무서울걸? 선임들이 얘기 안 하든?"
"깜깜한데 왜 후레시도 안 쓰십니까?"
"아 무거워.. 귀찮아.. 그냥 넘어질래."


그렇게... 소리없이 12시부터 6시까지 대대의 모든 곳에 나타나는 [유령] 당직사관이 되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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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nyDaddy
14/10/21 13:13
수정 아이콘
유령을 본 괴담이 아니고 스스로 유령이 된 이야기군요 크크크 잘 봤습니다.
이걸어쩌면좋아
14/10/21 13:15
수정 아이콘
마지막 에피소드는 진짜 호러네요..후덜덜..
4번은 대대장이나 연대장이 빠워FM이었으면 니위로 내밑으로..했을 상황인데.. 무사히 잘 넘어갔나봐요 흐흐
azurespace
14/10/21 13:22
수정 아이콘
대대장이야 자기도 몰랐던 듯하니(...)
스카리 빌파
14/10/21 13:17
수정 아이콘
유게에 이정도 퀄리티의 경험담이라니! 재밌으니까 이득.
지니팅커벨여행
14/10/21 22:44
수정 아이콘
학군이신가요?
14/10/22 00:26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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